나 왔어
응?
바깥 기온?
확실히 덥긴 해
길가의 나뭇잎도 전부 말랐고
그 길고양이들도 안 보이더라
역시 네가 사준 잠옷이 편해
나?
난 날아와서
지면의 열기가 나한테는 안 닿았지
볼에도 땀이 나네
바람 좀 쐴래?
더위를 식힐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있다고?
이걸로?
그럼 지금 열어볼게
응?
이렇게 비밀스럽다니
좋아
눈 감을게
손을 더 내려야 한다고?
닿았다
되게 매끄러운 케이스 같은데
엄청 딱딱하진 않고
이것 말고는
특별한 건 없는데
이걸로 정말 열을 식힐 수 있어?
꾹 누르라고?
차가운데⋯
비밀이 밑에 숨겨져 있었네
느낌?
얼음이 깨져서
그 밑에 있는 물이 올라오는 것 같은데
이걸 크리스피 아이스라고 한다고?
이름이 아주 적절한데
이제 눈 떠도 돼?
이렇게 생겼구나
너랑 얼마 전에 산
"주물주물"
이랑 좀 비슷하네
이렇게 부르는 거 맞지?
그날 네가 나랑 주머니를 사이에 두고
가짜 아이스크림을 계속 "괴롭혔잖아"
또 그게 조금씩 원래대로 돌아오는 것도 지켜봤고
그런데 이 "크리스피 아이스"의 부피가 더 크네
손도 직접 넣을 수 있고
왜 웃어?
내가 아까부터 계속 만지작거리고 있어서?
나도 눈치 못 채고 있었는데
근데 그냥 주물주물할 수 있으니까
주머니를 쓸 필요도 없고
편하긴 하네
응
마음도 확실히 편안해지고
이게 주 용도인 거야?
스트레스 해소?
티가 났어?
그래?
그런데 매번 너한테 들키는 것 같아
그런 게 싫진 않아
일이 까다로운 건 아니고
그냥 좀 성가셔서
요즘 특파팀에서 기록 보관실을 보수 중이라
오래된 문서들을 많이 발견했거든
그때 류 부장님도 계셨는데
이걸 정리하라고 하시는 거야
나중에 새 팀원들의 학습 자료로 쓰라고 하시면서
응
원래 내가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인데
고진이랑 내기에서 졌거든
그래서
무슨 내기냐고?
특파팀에 신형 모델 권총이 도착했는데
고진이 누가 먼저 탄창을 교체하는지 겨뤄보고 싶다는 거야
그때 나랑 상대도 안 됐는데
거의 다 했을 때 내가 한눈팔아서
허점이 찔렸지
왜 그랬냐고?
고진이 네가 창밖에 서 있다고 말했거든
이미 날 오래 기다렸다면서
거짓말은 아니었어
내가 고개를 들었을 때 분명 너를 봤으니까
응
네가 애프터눈티를 주러 온 그날
당연히 네 탓이 아니지
그 자식이 너무 영악했던 거야
나 도와주겠다고?
어떻게 도와줄 건데?
나랑 같이 사건을 정리해주면
유용하지
하지만
난 다른 걸 원하는데
나 왜 웃냐고?
음⋯
사실 내가 말하려고 했던 건
야근할 때 네가 구워준 쿠키만 먹어도 충분하다는 거였는데
생각지도 못해서
가지 마
나 아직 말 안 끝났어
난 지금 보상이
더 좋아
그러니까 조금만 더 줘
안 돼
이미 나한테 보상해 주기로 약속했잖아
도로 가져가면 안 되지
아니면
내가 직접 가져가는 수밖에
너무한 것 같다고?
그럼 이제 어떡할 건데?
멈추지 마
네가 나랑 같이하겠다고 했잖아
아니면
나한테 또 다른 방법이 있는데
응
이렇게 깨물어
아니야
후회한다고 안 해
더 힘줘도 돼
나처럼
아주 유용하네, 그치?
그럼 계속할게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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